딱히 가정이나 상상력은 필요 없습니다. 제가 지금 사는 곳이 그렇습니다

여기는 미국의 시골입니다. 보유세가 높은 지역입니다. 자세히 찾아보지는 않았는데 미국 여러 주들 중 상위권이 아닐까 합니다.

제가 살았던 집 이야기를 해볼까요?

매매가가 우리돈 오억 정도 합니다. 오억이면 미국 시골에서는 적은 돈이 아니죠. 중산층 거주지 정도 됩니다.

재산세가 월 백만원 정도 나옵니다. 매월 내는건 아니고 일년에 한두번 몰아서 내는 걸로 알고 있어요. 월 백만원 큰 돈이지요. 집 갖고도 사실상 월세사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보유세가 그렇게 놓은데 뭐하러 집을 사냐. 전세 살면 되지’

하실 수도 있지요. 그런데 미국에는 전세 제도가 없지요.

‘전세 없으면 월세 살면 되겠네. 미쳤다고 재산세 월 백만원 내고사냐’

할 수도 있지요.

자 그럼 매매가 오억이고 한달 보유세가 백만원인 집의 월세는 얼마일까요?

삼백 오십만원 정도 합니다. 집값은 오억인데 월세가 삼백 오십만원이라... 신세계입니다.

 

삼백 오십만원의 구성은 대략 아래와 같습니다.

- 보유세 100
- 관리비 75
- 집주인 이익 175

한국은 관리비를 세입자가 알아서 내지만 여기는 임대료에 포함입니다. 단독주택이라 잔디 깎기 용역, 정원 용역 및 집 외부 관리가 모두 포함됩니다.

집주인의 자기자본 투입대비 수익률은 대략 4%+/- 선으로 일정합니다. 집값에 상관없이 대략 이정도 나오더군요.

내 돈 오억들여 집을 샀으니 오억의 4퍼센트인 연 이천만원 정도의 순익이 나오는 구조입니다. 위의 집주인 이익 175만원 x 열두달 해보면 대략 이정도 나옵니다.

4%는 명목수익률 입니다. 공실, 수리비용 등은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공실 및 수리비용 등은 전적으로 집주인 관리의 영역이겠지요. 공실관리를 잘하고 저비용 고효율로 집 관리를 해나가는 집주인은 수익률이 4%를 상회할 것이고 반대인 집주인은 3% 수익도 버겁지 않나 싶습니다.

 

(이래서 저는 부동산은 공정하다 생각합니다. 주식처럼 클릭 몇번으로 동일한 수익률이 나는 것이 아니거든요. 같은 집이라도 집주인의 노력, 열정, 노하우 및 전문성에 따라 수익률이 상이합니다. 즉 노력한자가 한푼이라도 더 가져갑니다. 제가 부동산 투자를 좋아하는 큰 이유 중 하나입니다.)

왜 이 지역이 재산세가 이렇게 높은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일전에 현지 사람들 몇명에게 물어본 적은 있어요. 돌아온 답은,

‘여기는 시골이라 개발되고 관리 되어야 할 땅이 많다. 재산세를 높여야 사람들이 넓은 지역에 고루 분포된다. 그렇지 않으면 대부분 땅은 황무지로 버려질 것이고 특정 지역에만 사람들이 모여 살 것이다.’

였어요. 이 대답이 맞는지 틀린지 딱히 사실확인은 안 해봤습니다. 그냥 평범한 동네사람이 한 대답입니다.

 

실제로 보면 특정지역의 집값이 오르면 진검승부가 납니다. 보유세를 버티는 사람과 버티지 못하는 사람으로 나뉩니다. 직업이 좋고 소득이 좋은 사람은 보유세를 내며 버티고 삽니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집을 팔고 외곽으로 나갑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도시가 계속 확장이 됩니다. 동네사람 설명이 일견 일리있어 보입니다.

과밀화 지역, 땅이 부족한 지역 및 도심 밀집지역은 대체로 보유세가 저렴합니다.

일례로 하와이가 미국에서 보유세가 가장 저렴합니다. 안 그래도 땅이 지극히 부족하고 수요는 높거든요. 하와이 집값과 임대료는 아주아주 높습니다.

 

뉴욕도 비슷합니다. 보유세가 크게 높지 않습니다. 확장할 주변지역이 많지 않거든요. 뭐 굳이 하자면 인근 코네티컷과 뉴저지 녹지를 다 밀어 확장할 수도 있겠지만 이런 개발이 해당지역이 지향하는 방향은 아닌 것 같습니다. 뉴욕, 런던과 같은 대도시의 경쟁력은 좁은 면적 안에서 수많은 사람이 교류하며 창의력이 발현되고 이들이 끝없이 서로 상호작용 하는 과정 속에서 나옵니다. 제가 한 말이 아니고 ‘도시의 승리’라는 책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뉴욕, 런던은 공통적으로 보유세가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뭐 런던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다시 제가 사는 지역으로 돌아와서 한가지 가정을 해볼까요. 제가 사는 지역의 보유세가 낮아진다면 어떻게 될까요? 극단적으로 오억짜리 집의 보유세가 월 백만원 하다가 갑자기 0원이 되면 어떻게 될까요?

집값은 오르고 임대료는 낮아질 겁니다. 집값은 오억에서 육칠억 정도로 오르고 월세는 350만원에서 200만원대로 낮아지지 않을까요? 결국 집을 사는 사람이 투입한 자본대비 4%+/- 수익률 선에서 시장이 형성될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자본이 움직이지 않을테니까요. 집값이 육억으로 오르면 집을 사는 사람의 기대수익은 연 2400만원 정도 될 것이고요 여기에 관리비 더하면 월세는 250만원 정도 되지 않을까 싶네요.

한국은 정반대의 상황에 있지요. 보유세를 큰폭으로 올리려 하고 있죠.
집값이 떨어질거라는 정치적 선전과 함께요.

정말로 보유세를 지금 제가 사는 곳처럼 극단적인 수준까지 올린다면 집값을 잡는 일정효과는 있을 겁니다. 동시에 월세가 큰폭으로 오를겁니다.

 

‘집값만 떨어진다’ 는 것이 정치적 선전이지만 실질은

‘집값이 떨어지며 월세는 오른다’는 결과로 나타날 것입니다.

 

서울수도권에서 오억짜리 아파트의 월세가 얼마정도 할까요? 대략 백만원 조금 넘을 것 같네요. 보유세가 극단적으로 올라가면 집값은 사억원대로 내려갈 것이고 월세는 이백만원을 향해 나아갈 것입니다. 사억원대 집값과 이백만원 월세의 중간지점 어디인가에서 시장이 균형을 찾겠지요.

서울은 대한민국의 수도로서 국가경쟁력에 큰 역할을 담당합니다. 뉴욕, 런던과 경쟁하려면 인재를 더 끌어모아야 하고 끌어모은 인재를 한 곳에 몰아 그들끼리 교류하고 소통하며 무한한 아이디어와 창의력이 발현하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런면에서 고밀도 개발이 맞다고 봅니다.

보유세를 높여 ‘밖으로 밖으로’ 확장을 꾀하기에는 시대적, 지리적, 환경적 요건이 맞지 않다고 봅니다.

런던시내에 있는 방 하나짜리 아파트의 월세가 삼사백만원 정도 합니다. 자세히 찾아보지는 않았지만 매매는 십 몇억 할 것이고요. 십 몇억하는 집값 떨어뜨리겠다고 보유세를 한껏 올리면 삼사백만원 하는 월세가 사오백만원을 훌쩍 넘길 겁니다. 뭐 집값도 일정부분 내려오기는 하겠지요.

 

저는 돈벌어 집하나씩 사모으는게 유일한 낙이요 취미입니다. 어릴적 온가족이 집없이 떠돌아다닌 기억이 너무도 생생합니다. 제가 집을 사 모으는 것은 저의 과거를 보듬는 저만의 방법입니다.

‘무한세금인상’ 기조 속에 요 몇일 일도 손에 잘 안잡히고 심란했네요. 그러다 문득 보유세가 아주아주 높은 극단의 영역에 살고 있는 이 미국 시골동네가 떠올랐습니다. 그러고는 다시 마음이 편안해 졌어요.

 

자본은 항상 기대수익률을 가지고 움직입니다. 세금을 아무리 높여도 주택시장으로 투입되는 자본은 기대수익률 x%를 가지고 움직일 것입니다.

일년에 따블 바라고 부동산 시장 기웃거리는 사람에게 기대수익률 x%는 시시할 겁니다. 그러나 저는 이 수준이면 족합니다. 세금이 아무리 올라도 기대수익률은 유지가 될 것입니다. 때문에 저의 부동산 투자는 계속될 것입니다.